두개골에 그리는 전자회로, '뇌-컴퓨터 연결' 새 지평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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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에 그리는 전자회로, '뇌-컴퓨터 연결' 새 지평 연다
  • 정 현 기자
  • 승인 2024.03.13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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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 연구팀, 세브란스병원 연구팀 공동연구 수행
- 문신처럼 얇은 전자회로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구현
- 동물실험에서 뇌 조직 손상 없이 33주간 뇌파 측정 성공
- 논문,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게재

[위즈뉴스] 국내 연구진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사용 기간은 대폭 늘린 새로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12일,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특훈교수)과 박장웅 교수(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정현호 교수와 장진우 교수 연구팀과 함께 뇌 조직처럼 부드러운 인공 신경 전극을 쥐의 뇌에 이식하고, 3D 프린터로 전자회로를 두개골 표면에 인쇄해 뇌파(신경 신호)를 장기간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천진우 단장, 박장웅 교수, 정현호 교수, 장진우 교수 / 사진=IBS, 세브란스병원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16.6)’ 2월 27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In-vivo integration of soft neural probes through high-resolution printing of liquid electronics on the cranium'이며, IBS 천진우 단장과 박장웅 교수, 세브란스병원 정현호 교수와 장진우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뇌전증 등 뇌질환 환자에게 활용될 것"

연구를 이끈 박장웅 교수는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33주 이상 신경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면서 "이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뇌전증 등 다양한 뇌질환 환자 및 일반 사용자에게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파를 통해 외부 기계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 도입되면 자유롭고 정확한 의사 표현을 도울 수 있어 개발이 활발하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는 최근 뇌에 컴퓨터 장치를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삽입형 신경 전극과 감지된 신호를 외부 기기로 송수신하는 전자회로는 BCI의 핵심이다. 기존 기술은 딱딱한 금속과 반도체 소재로 이뤄진 전극과 전자회로를 사용해 이식 시 이질감이 크고, 부드러운 뇌 조직에 염증과 감염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뇌에 발생한 손상이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해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개발된 BCI 장치들은 뇌질환 말기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최후의 수단 정도로만 여겨졌다.

우선, 연구진은 고형의 금속 대신 뇌 조직과 유사한 부드러운 갈륨 기반의 액체금속을 이용해 인공 신경 전극을 제작했다. 제작된 전극은 지름이 머리카락의 10분의 1 수준으로 얇고, 젤리처럼 말랑해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어 3D 프린터로 두개골 곡면에 따라 전자회로를 얇게 인쇄한 뒤 뇌에 이식했다. 이렇게 구현한 BCI는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얇아 마치 문신처럼 이식 후에도 두개골 외관에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기존 전극의 이물감과 불편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료이미지=IBS

[그림설명] 연구팀이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형성 기술
[왼쪽] 뇌에 삽입되는 액체금속 기반의 부드러운 신경전극과, 두개골 표면을 따라 얇게 형성되는 전자회로를 설명하는 그림. [오른쪽] 두개골 곡면을 따라 형성된 생체통합적 통신 전자회로의 사진.

연구진이 구현한 인터페이스는 여러 개의 신경 전극을 이식할 수 있어 다양한 뇌 영역에서의 신호를 동시에 측정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뇌 구조에 맞춰 맞춤형 인터페이스 설계가 가능하다. 더 나아가 유선 전자회로를 사용한 기존 기술과 달리 무선으로 뇌파를 송수신할 수 있어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쥐 모델을 활용한 동물실험에서 체내 신경신호를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딱딱한 고체 형태인 기존의 인터페이스로는 신경신호를 1개월 이상 측정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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