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만년 전 유럽이 ‘무인 지대’가 된 까닭,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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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만년 전 유럽이 ‘무인 지대’가 된 까닭, 밝혀졌다
  • 정 현 기자
  • 승인 2023.08.1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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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 악셀 팀머만 연구팀과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연구팀, 공동연구 수행
- 112만년 전 급격한 북대서양 냉각화로 유럽은 인류 생존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
- IBS 기후물리 연구단, 심해 퇴적물 속 꽃가루 분석...인구 감소 시기 기후‧식생 재구성
- 논문,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Science' 게재

[위즈뉴스]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112만년 전 유럽이 '무인지대'가 된 까닭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11일,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약 112만 년 전 발생한 북대서양의 냉각화 현상과 그에 따른 기후‧식생‧식량 자원의 변화가 당시의 유럽을 ‘무인 지대’로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악셀 팀머만 단장, 윤경숙 연구위원, 김현아 연구원 / 사진=IBS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56.9)’ 8월 11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Extreme glacial cooling likely led to hominin depopulation of Europe in the Early Pleistocene'이며, 국제 공동 연구팀 중 IBS 연구진으로는 악셀 팀머만 단장이 공동 교신저자로, 윤경숙 연구위원과 김현아 연구원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북대서양의 온도 변화가 112만년 전 남유럽의 역사에 밀접한 영향"

국제 공동 연구팀의 악셀 팀머만 단장은 “북대서양 온도 변화는 남유럽의 식생과 인간의 식량 자원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연구는 인류 역사가 과거 기후 변화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증거에 한 줄을 덧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DOI: 10.1126/science.adf4445

약 10만 년 전 멸종한 고대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앙 유라시아로 이주했다. 이후 중앙 유라시아에서 서유럽으로 점차 거주지를 확장해 약 150만 년 전에 이베리아반도(남유럽)까지 도달했다. 조지아,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고대 인류의 이주와 서식 시기를 설명하는 시대별 화석 증거들이 발견됐다. 

그런데, 110만~90만 년 전 사이 고대 인류가 유럽에 거주했다는 화석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호모 에렉투스가 계속 유럽에 터전을 두고 거주했으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약 120만 년 전부터 증가한 강도 높은 빙하기로 인해 유럽 거주가 잠시 중단되었는지에 대해 학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 공동 연구팀은 유럽의 초기 인류가 경험한 환경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200만 년에 걸친 고기후-인간 서식지 모델 시뮬레이션과 포르투갈 해안의 ‘U1395’ 해저 지역에서 습득한 심해 퇴적물 코어 자료를 결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인구 감소 현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전후의 기후 및 식생을 재구성했다.

특히 공동 연구팀은 해양퇴적물 코어에 저장된 작은 식물 화분(꽃가루)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강과 바람은 인접한 땅에서 작은 화분을 바다로 옮기고, 이는 깊은 바다에 가라앉는다. 이렇게 축적된 수천 개의 화분 성분을 분석하면 지역적 식생과 기후를 유추할 수 있다.

가령, 온대림 화분은 따뜻한 기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작은 해조류에 남겨진 유기 화합물도 분석했다. 유기 화합물은 수온의 영향을 받아 불포화 정도가 달라지는데, 그 정도를 분석하면 해수의 온도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동 연구팀은 112만 7000여 년 전 약 20℃ 정도이던 동부 북대서양 인접 지역의 수온이 7℃까지 낮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빙하기 종료 시점에 나타나는 ‘한냉기(terminal site)’ 현상의 증거가 된다. 연구진은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가 남․서유럽의 식생을 초기 인류가 거주하기 부적합한 반사막(사막과 유사하나 강수량이 많은) 환경으로 바꿔 놓았다고 분석했다. 한냉기 현상은 약 4000년 동안 지속됐다.

남유럽의 인구 감소에 기여한 112.7만 년 전 북대서양 냉각화 현상 / 사진=IBS

이어 공동 연구팀은 초기 인류가 급격한 기후 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한냉기 기간에 대해 또 다른 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급격한 단주기 기후 변화는 빙상의 갑작스러운 확장과 후퇴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 이를 고려해 기존 기후 모델 실험에 유럽 빙상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생성된 담수를 북대서양에 추가함으로써 더 정밀하게 한냉기 현상을 모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인류의 서식 적합성이 50%가량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호모 에렉투스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 조건을 찾기 위해 화석 및 고고학적 증거를 기후 데이터와 연결한 첫 번째 연구다. 공동 연구팀은 한냉기 시기 호모 에렉투스는 남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약 90만 년 전 유럽 인구는 증가한 빙하 상태에 더 잘 적응한 호모 안테세소르 집단에 의해 다시 인구가 증가했다.

한편,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기후 시뮬레이션과 고고학 자료를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재구성한 연구로 올해만 총 3개의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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