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혈액으로 흉터없이 상처 회복 기술'...국내 연구진, 세계 첫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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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혈액으로 흉터없이 상처 회복 기술'...국내 연구진, 세계 첫 개발
  • 정 현 기자
  • 승인 2023.06.27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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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ST 강주헌 교수팀, 세계 최초 혈액 인공조직 3차원 가공기술 개발
- 미세유체기술로 가공해 피부 재생
- 논문, 재료과학 분야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표지 논문 선정

[위즈뉴스] 국내 연구진이 자가 혈액을 사용해 ‘3차원 미세혈관조직 이식체’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미세혈관조직 이식체는 피부 상처에 이식했을 때 혈관을 재생시키고 흉터 없이 상처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기술이 만성창상을 비롯해 혈관 재생이 필요한 다양한 조직 이식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UNIST(총장 이용훈)는 27일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교수 연구팀이 미세유체기술(microfluidic system)을 통해 혈액을 ‘3차원 인공조직 지지체’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뒷줄 왼쪽부터 강주헌 교수, 박성진 연구원, 장봉환 연구원, 아랫줄 왼쪽부터 제1저자 정수현 연구원, 박태은 교수 / 사진=UNIST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재료과학 분야의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IF=32.086)’ 4월 1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6월 22일자로 출간된 저널의 표지 논문(Back cover)으로 선정됐다.

논문명은 'Nematic Fibrin Fibers Enabling Vascularized Thrombus Implants Facilitate Scarless Cutaneous Wound Healing'이며, 강주헌 교수가 교신저자로, 정수현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외에도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장봉환 연구원과 권세용 연구원, 박성진 연구원, 박태은 교수가 연구에 참여했다.

"풍부한 생체재료인 혈액을 활용해 피부를 흉터없이 재생할 수 있어"

연구 책임자인 강주헌 교수는 “기존에 3차원 세포 지지체를 제작하기 위한 자가유래 생체재료를 구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실제 많은 환자들에게 활용하기 어려웠다"며 "이 기술을 통해 혈액이라는 풍부한 생체재료를 활용해 피부가 흉터 없이 모낭까지 재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앞으로 미세혈관 형성이 필요한 여러 조직재생에 활용하는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https://doi.org/10.1002/adma.202370181

혈액은 다양한 단백질 섬유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를 활용해 조직 세포의 체외 배양과 체내 이식이 가능한 ‘지지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응고됐을 때 혈소판에 의한 수축으로 기계적 강도가 증가하고 혈관 분포를 활성화시키기 어려워 지지체로써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수준에서 유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미세유체칩을 활용해 혈액 섬유들이 정렬된 다발형태를 이루는 ‘인공혈전’을 만들었다. 생성된 인공혈전은 일반적인 혈전과 다르게 혈소판에 의해 수축되지 않아 인공조직 지지체, 특히 혈관 형성에 유리한 지지체로 적합한 특성을 갖게 된다.

이번에 개발한 혈전을 지지체로 사용해 혈관 내피세포를 배양하면, 실제 인체의 혈관처럼 기능을 하는 3차원 미세혈관조직을 체외에서 제작해 몸 안에 이식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일반적인 치료로 쉽게 회복되지 않는 전층피부손상(full thickness wound)에 주목했다.

전층피부손상은 장기간 아물지 않는 만성창상(chronic wound)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당뇨, 혈관질환 등에 의한 합병증 발생 빈도가 높고, 심각할 경우 사망률이 높은 패혈증을 발생시킨다.

또한 혈관의 소실을 야기시켜 회복에 필수적인 산소, 면역 세포, 영양소 등이 공급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연구팀은 미세유체기술을 기반으로 혈액을 가공해 '이식용 3차원 혈관화된 인공혈전(IVET, Implantable Vascularized Engineered Thrombi)'을 제작했으며, 이를 피부 상처에 이식해 전층피부손상 부위를 흉터없이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 쥐의 전층피부손상 부위에 인공혈전을 이식해 혈관이 재생되는 것을 관찰했다. 또한 주변 혈관들과 연결됨으로써 상처 회복에 필요한 면역 세포의 이동이 원활해져 상처가 더 빨리 회복됨을 검증했다.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최신호 표지에 실린 해당 논문

논문의 제1저자인 정수현 박사과정생은 “환자 본인의 혈액을 가공해 IVET(혈관화된 인공혈전)를 만들고 상처에 이식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창상 치료에 사용되어 왔던 방법들의 고질적 문제인 면역거부반응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어 이식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중 하나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 구균(MRSA)을 전층피부손상 부위에 감염시킨 상태에서 이식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감염된 실험 쥐에 자가 혈액으로 제작한 인공혈전을 이식했다. 이를 통해 혈관이 빠르게 회복되며 박테리아에 대응할 수 있는 단백질과 면역 세포가 상처 부위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콜라젠과 모낭이 형성돼 흉터 없이 회복될 수 있음을 추가로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KFRM),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BRL)과 UNIST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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