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눈의 챗GPT와 함께 쓰다" 인간작가-AI 공동 집필 국내 첫 소설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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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눈의 챗GPT와 함께 쓰다" 인간작가-AI 공동 집필 국내 첫 소설집 출간
  • 박정원 기자
  • 승인 2023.03.2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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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출판 자음과모음, 인간-챗GPT 공동집필 소설집 '매니페스토' 출간
- 소설가 7인이 AI와 함께 창작한 짧은 소설 7편 담아
- 윤여경 작가 "AI의 머릿 속이 궁금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도서출판 자음과모음이 출간한 소설집 '매니페스토' / 사진=자음과모음 

[위즈뉴스] 챗GPT는 정말 소설까지 쓸 수 있을까?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챗GPT'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산업계 뿐만 이나라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인간 작가와 챗GPT가 공동으로 집필한 소설이 출간됐다. 

도서출판 자음과모음은 27일, '인간' 작가 7명과 챗GPT가 함께 쓴 소설집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매니페스토는 일곱 편의 소설을 묶은 소설집이며, 다음 달 3일 정식 출간을 앞두고 이날 인터넷서점을 통해 전자책 버전으로 먼저 공개됐다. 

챗GPT와 협업한 인간 작가는 김달영, 나플갱어, 신조하, 오소영, 윤여경, 전윤호, 채강D이며, 이들 작가들의 직업은 과학기술 분야의 교수에서 영화담당 기자, 변호사, 북한이탈주민, 소설가, IT개발자 출신의 SF작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니페스토에 담긴 일곱 편의 소설 작품은 다음과 같다. 

황량한 풍경 속 비밀스러운 소녀가 살고 있는 메타버스 세계를 그린 「텅 빈 도시」,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에 잠긴 인천 송도를 배경으로 한 「희망 위에 지어진 것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공존하는 미래의 어느 날 신문에 기고된 ‘인간’ 단체와 ‘외계인’ 연합의 입장문을 옮긴 「매니페스토」,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갑자기 북한의 오빠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를 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 「그리움과 꿈」, 인간의 뇌와 연결된 인공지능 스피커가 감정과 무의식까지 읽어내는 무서운 일상을 그린 「감정의 온도」, 인간보다 똑똑하게 개발된 AI 시스템이 개발자에 도전하며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오로라」, 부상으로 위기에 빠진 한 야구 선수에게 일어난 꿈같은 성공기를 담은 「펜웨이 파크의 행운」이다. 

이들 일곱 편의 작품들은 SF적인 요소와 현실을 적절히 버무려 ‘지금’과 ‘곧 다가올 미래’, ‘조금 더 먼 미래’를 저마다 다르게 그리고 있다.

어떤 작가는 그 안에서 삶의 희망을 찾고, 어떤 작가는 닥쳐올 불행을 예고하고, 어떤 작가는 우리의 잠재된 불안을 자극한다. 그저 소설일 뿐인 흥미로운 세계로 읽어도 좋고,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는 무서운 경고처럼 읽어도 좋다. 어떤 문장이 작가가 쓴 것이고, 어떤 문장이 AI가 쓴 것인지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출판사 측은 "문학은 인간 작가만이 시도하고 성취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라고 선 그으면 끝인 걸까? 그렇지 않다는 대답 대신, 한번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며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작, 그중에서도 소설을 AI와 함께 써보면서 함께하는 과정을, 그 시행과 착오를 모두 담아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니페스토 소설집에는 7편의 단편과 함께 작가의 협업 후기와 일지 등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창작과정도 공개됐다.

신조하 작가는 협업후기에서 "맑은 눈의 챗GPT는 아무런 욕망이 없는 맑은 영혼, 딱 그정도 결과물을 반복해서 제시해 주었다"며 "이를테면 '평화는 좋은 것이다. 조화롭게 사는 것이 이득이다' 같은 문장들인데 이를통해 내가 확인한 점은 챗GPT는 평화에 대한 간절함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기록했다.

윤여경 작가는 "처음에는 AI의 머릿속이 궁금해서 참여한 프로젝트였지만, 점점 인간은 무엇이고 인류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었다"면서 "그러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고 썼다.

채강D 작가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소설책 서두에 ChatGPT 사용 여부를 밝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마치 조미료를 넣지 않은 식품을 따로 표기하는 것처럼"이라고 했다.

김달영 작가는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다"며 "출판사들은 원고지 매수에 따라 원고료를 책정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ChatGPT를 이용해 원고를 늘이면 그 원고료는 누구에게 지불되어야 하는 걸까"라고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소설집 매니페스토 제작과정에서 시도한 인간작가와 챗GPT와의 협업과정은 KBS '다큐 인사이트'를 통해 방영된다. 4월 13일 방영될 해당 방송에서는 챗GPT와 소설을 써 본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감상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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