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진단 및 치료하는 '자율주행 나노로봇' 세계 첫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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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진단 및 치료하는 '자율주행 나노로봇' 세계 첫 개발
  • 정 현 기자
  • 승인 2024.02.1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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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 천진우 단장 연구팀, 나노로봇에 세계 최초로 클러치 기능 탑재
- 유전자 신호 감지해 스스로 클러치 작동하는 '자율주행' 나노로봇
- 나노로봇 권위자 페어 피셔 교수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나노로봇"
- 연구팀 "머지않아 질병 진단 및 치료에 활용될 것"
- 논문,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Nature Nanotechnology' 게재

[위즈뉴스]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스스로 클러치를 작동하는 스마트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14일,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 연구팀이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스스로 클러치를 작동하는 생체 나노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천진우 단장, 룽게리히 도미닉 연구교수, 린무홍 박사후 연구원 / 사진=IBS

이번에 개발한 나노로봇은 200㎚(나노미터) 크기의 극미세 영역 내에 엔진과 로터(회전체), 클러치 등 기계 장치를 탑재해 특정 질병 인자를 감지하고 세포와 결합해 생체 신호를 조절할 수 있다. 200㎚(나노미터)는 바이러스 정도의 크기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우리 몸속에서 세포보다 작은 크기의 초소형 로봇이 스스로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도 한다는 것으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가 최신 지능형 나노로봇의 등장으로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나노기술 분야의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IF=40.523)’ 2월 7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A magnetically powered nanomachine with a DNA clutch'이며, IBS 천진우 단장과 룽게리히 도미닉(Dominik Lungerich) 연구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IBS 린무홍(Mouhong Lin) 박사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나노로봇 개발될 것"

연구팀의 천진우 단장은 “정보의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클러치가 구현되었다는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머지않아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나노로봇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학술지 'Nature Nanotechnology'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클러치는 기계의 엔진을 구동하는 핵심 요소로, 엔진의 동력을 로터로 전달(go) 혹은 차단(stop)하는 장치다. 클러치로 인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계를 구동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도 향상된다.

놀랍게도 자연계의 박테리아 역시 편모의 운동을 제어하기 위해 생체 클러치를 이용한다고 밝혀진 바 있는데, 그동안 개발된 나노로봇에서는 클러치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독창적인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나노로봇에 클러치 장치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적 합성법을 통해 제작된 나노로봇은 다공성 구형(多孔性 球形) 로터 안에 자성 엔진이 있으며, 로터와 엔진은 각각 DNA로 코팅되어 있다.

로터 표면의 구멍을 통해 환경인자가 내부로 유입되어 특정 유전자 신호를 감지하면, 로터와 엔진에 코팅된 DNA 가닥이 서로 결합해 엔진의 힘을 로터로 전달하는 ‘클러치’ 역할을 한다.

DNA 클러치가 작동하면 엔진에서 발생하는 피코 뉴턴(pN)의 힘이 로터로 전달되어 나노로봇이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회전한다. 자성을 가진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체 외부에서 자력을 이용해 무선으로 로봇 제어가 가능하다.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회전력의 발생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자료이미지=IBS

[그림설명] 클러치 나노로봇 크기를 나타낸 모식도 
클러치 나노로봇은 바이러스 크기인 200㎚(나노미터)의 극미세 영역 안에 엔진, 클러치, 로터 등의 기계 장치를 탑재하여 프로펠러의 회전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피코 뉴턴(pico-newton)의 피코(pico)는 10~12를 나타내는 접두어로서, 피코 뉴턴은 1뉴턴(1N)의 1조분의 1에 해당하는 힘을 말하며, 생체 신호 조절에 가장 중요한 힘의 영역이다.

이렇게 구동하는 나노로봇은 세포와 결합해 생체 신호를 기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질병 인자에 해당하는 특정 마이크로 RNA 유전자가 존재하는 경우, 클러치 나노로봇이 이를 감지하고 스스로 작동해 세포의 유전자 활성화를 유도한다.

DNA 클러치는 20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어 무한대에 가까운(1조 개) 질병 인자를 감지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코딩해 기억 및 연산 기능을 가지는 ‘나노로봇의 지능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오 나노로봇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페어 피셔(Peer Fischer)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나노로봇이며, 특히 지능형 나노로봇 발전에 있어 퀀텀 점프를 이룬 연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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