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으로 본 아시안컵] 한국팀 '벼락치기' 축구, 예견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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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으로 본 아시안컵] 한국팀 '벼락치기' 축구, 예견됐나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24.02.0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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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대 연구팀, 대한축구협회 연구팀 공동연구
- 월드컵·유로·아시안컵 분석 결과 전반전 대비 후반전 득점 빈도 높아
- 경기 운영 능력 및 체력 수준 높은 팀일수록 후반전 실점 확률
- 논문, KCI 등재 학술지 '코칭능력개발지(JCD)' 게재

[위즈뉴스] 지난 달 13일 개막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이하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매 경기마다 통쾌한 '극장골'을 터뜨리며 관전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극장골이란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지는 극적인 골을 일컫는 말이다.

이미지=OpenAI
이미지=OpenAI

축구 팬들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긴장감 넘치는 경기 운영을 두고 '방학 숙제 몰아서 하던 민족 다운 벼락치기 축구'라며 농담 섞인 평을 하고 있다.

유독 이번 아시안컵에서 경기 후반부 득점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내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3개의 메이저 축구 대회에서 모두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많은 득점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명은 '메이저 축구 대회 (월드컵, 유로, 아시안컵) 득점 특성 분석'으로, 강원대 주창화·박영수·김정규 저자와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저자가 KCI 등재 학술지 '코칭능력개발지(JCD)'를 통해 발표했다.

이 논문은 메이저 축구 대회별 득점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2018 FIFA 월드컵과 UEFA 유로 2016, 2019 AFC 아시안컵까지 총 3개 대회를 분석했다.

자료이미지=코칭능력개발지
자료이미지=코칭능력개발지

분석 결과 각 대회별 전반전과 후반전의 득점 비율은 월드컵 39% vs. 61%, 유로 40% vs. 60%, 아시안컵 48% vs. 52%로 대체적으로 후반전에서의 득점 빈도가 높았다. 이는 3회의 월드컵을 분석한 선행 연구와도 유사한 결과이며, 이번 2023 아시안컵에서 역시 전후반 득점 비중이 각 35% vs. 65%로 논문의 연구 결과와 비슷한 경향이 유지되고 있다.

경기를 15분 단위로 나눠서 보면 더욱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월드컵이나 유로 대회에서와 달리, 아시안컵에서는 전후반 각 초반 15분에 이뤄진 득점보다 마지막 15분 동안 이뤄진 득점이 많았다. 이번 2023 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치러진 경기들에서 전반전 마지막 15분과 후반전 마지막 15분 이후에 터진 골의 비율이 각 24%, 29%로 다른 시간대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터뜨린 4골의 '극장골'을 포함해 총 20개 이상의 골이 추가 시간 중 터진 것은 이미 연구를 통해 예견돼있었던 셈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경기 운영 능력과 기술, 전술 수행 능력, 체력 수준 등이 높은 팀일수록 경기 후반부에 실점할 확률이 낮다. 상대적으로 역량이 뒤처지는 팀일수록 수비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운영하기 때문에 방어를 위한 움직임이 많아지고,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 및 전술 수행 능력이 저하돼 실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논문의 설명이다.

과거에 비해 최근의 경기에서 후반부 실점이 적게 나타나는 것도 선수들의 고강도 운동 수행량이 많아진 현대 축구의 특징을 반영한다.

한국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총 두 번의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는 동안 3번의 골을 모두 90분 이후에 극적으로 터뜨리며 영화 같은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각각의 '극장골'을 터뜨린 조규성, 황희찬, 손흥민 선수의 지치지 않는 체력과 한국 대표팀의 끈질긴 저력, 대한민국 축구 팬들의 우렁찬 응원이 함께 만든 결과다.

한편, 한국팀은 오는 7일 요르단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있으며, 11일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은 막을 내린다. 설 명절을 앞두고 펼쳐질 경기에서 한국팀이 또 어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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