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자기장 이용한 무선 치료법 첫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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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자기장 이용한 무선 치료법 첫 개발
  • 정 현 기자
  • 승인 2024.02.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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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 나노의학 연구단, 나노ㆍ자기유전학 기술 적용한 파킨슨병 치료법 개발-
- 동물실험에서 균형감각과 운동성 2배 이상 향상…반복 치료 시 효과 지속
- 연구팀 "파킨슨병 외에도 뇌전증, 알츠하이머병에도 적용 가능할 것"
- 논문, SCI급 국제학술지 'Nano Letters' 게재

[위즈뉴스] 국내 연구진이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뇌 깊숙이 전극을 삽입해야 하는 수술 대신 비침습적이면서 무선으로 뇌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천만 명에 이르는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1일,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과 곽민석 연구위원(연세대 고등과학원 교수) 연구팀이 자기장을 이용해 뇌 심부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파킨슨병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뇌심부자극술(Magneto-mechanical-genetic-driven Deep Brain Stimulation)’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천진우 단장, 곽민석 연구위원, 신욱진 연구교수 / 사진=IBS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나노과학 분야의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IF=10.8)' 1월 10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Nanoscale Magneto-mechanical-genetics of Deep Brain Neurons Reversing Motor Deficits in Parkinsonian Mice'이며, IBS 천진우 단장과 곽민석 연구위원이 공동 교신저자로, 신욱진 연구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파킨슨병 뿐만아니라 뇌전증,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에도 활용될 것"

연구팀의 천진우 단장은 “나노-자기유전학을 활용하면 기존 DBS 방식보다 비침습적이고 정밀하게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며 “파킨슨병뿐 아니라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신경 질환 연구 및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국제학술지 'Nano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doi.org/10.1021/acs.nanolett.3c03899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으로, 운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되면서 몸의 떨림과 경직, 자세 불안정 등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현대 고령화 사회에서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 환자의 경우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약물요법을 사용하거나 외과적 수술인 DBS(뇌심부자극술)를 시도한다.

DBS는 뇌 심부에 전극을 심고 흉부 피하에 설치되는 자극 발생기를 통해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신경세포 간의 신호를 조절하여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외과적 수술을 통해 전극을 뇌 깊숙이 삽입시켜야 하기에 뇌출혈 및 조직 손상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전기자극이 가해지는 동안에만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이전 연구에서 개발한 나노-자기유전학 기술을 DBS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나노-자기유전학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신경세포를 무선으로 활성화해 뇌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선, 뇌 심부에 자성을 띠는 나노 크기의 입자를 주입한다. 이 자성나노입자는 특정 자기장에 감응해 약 2 pN(피코 뉴턴) 크기의 힘을 발생시킨다. 피코 뉴턴(pico-newton)의 피코(pico)는 10-12을 나타내는 접두어로서, 피코 뉴턴은 1뉴턴(1N)의 1조분의 1에 해당하는 힘이다.

자기유전학 장치를 이용해 자기장 자극을 주면 자성나노입자가 특정 신경세포 표면에 붙어서 피에조-1(Piezo-1) 이온 채널을 개방해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게 된다. 피에조-1은 약 1-5 pN 세기의 힘에 감응하여 열림으로써 세포 내부 이온 농도를 조절하는 막 단백질이다.

자기유전학 장치는 MRI 장비와 비슷한 크기(중심 지름 70cm)에서 구동할 수 있어 사람의 뇌 심부까지 비침습적으로 자기장 자극을 전달할 수 있다. 

운동 장애를 가진 파킨슨 쥐에 이 기술을 적용해 자기장 자극을 주었더니 뇌 특정 영역인 시상하핵(Subthalamic Nucleus, STN) 신경세포가 10배 이상 활성화되었다. 시상하핵(Subthalamic Nucleus, STN)은 대뇌반구와 중뇌 사이에 위치한 핵으로, 운동 제어와 기타 뇌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또한, 균형감각과 운동성이 약 2배 이상 향상되어 정상에 가까운 운동 능력을 보여준 것을 확인했다.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DBS(뇌심부자극술) / 자료이미지=IBS

더 나아가, 2주간 매일 반복해서 자극을 받은 파킨슨 쥐는 자극을 중단한 24시간 후에도 회복된 운동 능력이 약 35퍼센트 유지되었다.

전기자극이 가해지는 동안에만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기존 DBS 방식과는 달리,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DBS는 치료 효과가 지속됨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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