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토기' 곤충 표면 본따 만든 혈전없는 인공혈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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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토기' 곤충 표면 본따 만든 혈전없는 인공혈관 개발
  • 정 현 기자
  • 승인 2023.04.05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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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최연호, 정재승 교수와 서울삼성병원 조양현 교수 연구팀, 공동 연구
- 화학 처리 없이 의료기기 표면에 항혈전성 부여 가능, 향후 분야 확장 기대
- 논문, 마이크로 나노 소재분야 국제학술지 ‘Small’ 게재

[위즈뉴스] 국내 연구진이 곤충 표면을 본따 만든 혈전없는 인공혈관을 개발했다.

고려대는 3일, 보건과학대학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와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승 교수 연구팀이 곤충의 표면 구조를 모방하여 혈액을 밀어낼 수 있는 성질을 이용한 항혈전 인공혈관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고려대 서동권 석박통합과정생, 서울삼성병원 조양현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재승 교수,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 / 사진=고려대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마이크로 및 나노 소재 분야의 SCI급 국제학술지 ‘Small (IF=15.151)’ 3월 29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Permanent Anticoagulation blood-vessel by Mezzo-sized Double Re-entrant Structure'이며, 고려대 최연호 교수와 정재승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고려대 서동권 석박통합과정생과 조양현 서울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고려대 김기정 석박통합과정생과 (주)엑스퍼트 신현구 기술이사, 고려대 이수경 연구원, 고려대 김지언 조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국제학술지 'Small'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낙엽이나 썩은 나무 밑, 물 위, 모래, 늪과 같은 환경에서 서식하는 톡토기(학명: Collembola, 영문명: Springtail)는 표면의 독특한 미세 재진입구조를 이용하여 호흡을 방해하는 물과 기름 성분을 피부 밖으로 밀어내고 피부호흡을 하며 생존하는 흥미로운 곤충이다.

따라서 해당 표면구조를 모방하여 인공혈관 형태로 제작하여 사용하면, 물과 기름 성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혈액을 관 내부로 자연스럽게 밀어냄으로써 혈전을 예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약물(혈액 응고 지연제) 등을 활용하여 혈전을 방지하는 방법과 비교하여, 약물 치료 이후 출혈 성향 증가와 저혈소판증 발생 등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고, 또 다른 방법인 화학물질을 이용한 코팅방법과 비교하여서는 체내 안전성에서 매우 높은 장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미세 재진입구조를 관 내부에 안정적으로 제작해 내는 것이 고난이도의 작업이라서 기존에 시도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반도체 제작과 같은 미세구조 제작에 활용되는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를 이용한 구조 제작법(Nano sphere lithography)과 기존에 마이크로 크기의 제작에 널리 쓰이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를 융합하여 유연한 고분자 재료로 톡토기 피부 표면 구조를 모방하고, 이를 관형태로 제작하여 기존 구조 기반 발수유성 표면의 문제였던 관 내부 표면 개질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중 재진입구조(double re-entrant structure) 형태로 톡토기의 피부 구조를 모방했으며, 해당 표면은 휘어진 경우에서도 물과 기름을 쉽게 반발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롤업 방식을 적용한 항응고성 인공혈관 제작 방법 및 개요 / 자료이미지=고려대

또한, 유연한 발수유성 표면에 말아 올리는 공정(roll-up method)을 추가하여 관형태로 제작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구조 기반 항응고성 혈액 도관을 개발했다.

해당 도관의 경우 내부 곡률반경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미세 구조 변형으로 인한 발수유성의 감소가 적었으며, 기름과 물의 복합물인 혈액의 경우에서도 동일소재의 일반적인 도관과는 다르게 혈액의 경우에서도 잔여물 없이 빠르게 흘러내리는 발수유성을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서울삼성병원 조양현 교수 연구팀과의 협력을 통해 소동물(토끼) 대상 혈액 순환 실험 결과, 도관의 표면에 부착된 혈전은 기존보다 99% 이상, 혈류 속도 감소 및 혈전 형성에 관여하는 혈소판 감소 또한 각각 80%, 60% 이상 개선됐다. 

연구팀은 "해당 표면의 항응고성, 방오 특성을 이용하여 의료용 방오 패치, 혈관 운송용 튜브, 피막형 스텐트 막 등의 다양한 의료기기 및 의료 소재의 표면 개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의 코팅 기법과는 다르게 영구적으로 자가세척, 방오 특성이 필요한 태양광 패널, 선박의 표면등 산업적 영역에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중 나노커넥트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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