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중년 창업의 덫 '성격 차이'를 조심하라
상태바
[창업] 중년 창업의 덫 '성격 차이'를 조심하라
  • 이효은 기자
  • 승인 2017.04.08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업컨설턴트 김준호의 책 <중년을 위한 창업의 정석>에서

[위즈뉴스] '창업 아이템, 뜨거운 가슴 보다는 냉정한 머리로'

창업할 때 어떤 아이템을 골라야 할까?

중소기업청과 서울시 신용보증재단 등의 정부부처에서 15년 동안 3천 건이 넘는 창업 컨설팅을 해 온 창업컨설턴트 김준호가 쓴 책 <중년을 위한 창업의 정석>에는 창업 아이템 선정부터 마케팅, 정부지원금 받는 법까지 창업 준비의 모든 것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는데, 저자는 이책에서 창업아이템을 고를 때는 '뜨거운 가슴보다는 냉정한 머리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흔히들 좋아하는 일을 창업 아이템으로 고르라고 충고한다. 때로는 과거에 몸담았던 직장과 연관된 일을 고르라고 하기도 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좋아해서 열정을 기울이며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맞다.

반면 아이템에서 드러나지 않은 일의 민낯을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창업 현실을 극복할 수 없으므로 틀렸다.

단지 '좋아서' 고르는 것만으로는 낭패를 보기 쉽다 

일의 의미는 내가 부여하는 것이긴 하지만, 창업하는 순간 그 일과 동반하는 고단한 일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좋아해서 그 일을 선택하는 것은 단지 아이가 귀여우니까 아이를 많이 낳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음식점을, 깨끗하고 우아해보일 것 같다고 커피 전문점을, 옷을 좋아한다고 해서 옷 가게를, 물건을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일이 쉬워보인다고 편의점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음식점을 운영하면 맛을 가지고 따지고 드는 손님도 상대해야 한다. 술취한 손님의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판에 새벽까지 문도 못 닫고 기다려야 하는 피곤한 상황도 벌어진다. 치솟는 월세, 인건비, 재료비에 골머리가 썩기도 해야 한다.

커피전문점이 깨끗해보인다는 이유로 선택한다면 기대와는 다른 고단함을 맛볼 것이다. 깨끗하게 정리된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점심 한때 여유로운 커피타임은 가져봤지만, 그 매장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고객에게 접대해야 하는 사장의 분주한 손길은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김준호 지음, 도서출판에밀 출간 / 사진=예스24

옷 가게는 또 어떤가. 옷을 구매하고 며칠 씩 입고 나서 마음에 안든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몰상식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판매나 SNS 등 중년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기술을 익혀야 하기도 한다.

알아서 관리해주고 깨끗할 것 같아 기업형 프랜차이즈에 가맹하여 편의점을 창업했지만, 본사와의 치열한 계약 싸움으로 골치 아픈 현실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또 편의점이라고 해서 단지 물건을 진열해놓고 팔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곳에서도 고객에게 상처받는 일은 흔하다. 만약 당신이 무례한 청소년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교훈적이거나 보수적인 중년이라면, 편의점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열두 시간 가까이 일해야 하는 피곤함은 둘째 치더라도 돈이나 카드를 집어 던지듯 내려놓고 반말 비슷한 어투로 계산해달라고 하는 무례한 청춘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건 정리며 청소, 재고관리는 사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다.

저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피곤함이 창업자의 일상을 채운다면 결코 만족스러운 창업일 리 없다"며 "팔이 잘려나가는 고통에 죽겠는 것이 아니라 손끝에 박힌 작은 가시 하나가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말한다.

좋아한다고 혹은 그 일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선택했지만, 결국 그 일의 구체적 어려움, 고단한 일상을 접하고 나서는 손을 놓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예인의 삶과 아주 가깝다

고미숙의 말처럼 "연예인의 삶이 여기에 아주 가깝다. 연예인도 처음엔 춤과 노래, 연기를 그 자체로 즐기고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 '자발적 불꽃'은 꺼져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 노래와 춤, 연기는 다 '노동'으로 전화된다"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북드라망, 2012)

창업도 이와 비슷하다.

창업 인생 1년쯤 지나고 나서 창업자가 가장 많이 하는 불평은 "이럴 줄 몰랐어요!"라는 것이다. 이혼의 사유의 압도적 1위가 '성격차이'인 것처럼, 막상 그 일을 하다 보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 지치고 기운이 빠져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는 충고는 그래서 위험하다. 

창업 아이템 선정은 적어도 그 일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다양한 모습의 이중성을 충분히 몸으로 습득하고 난 후, 그 일을 통해 예상되는 어려움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 일이 주는 삶의 의미와 생계의 균형이 적절히 유지된다. 직접 체험해보고도 그 일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그 일이 사무치게 좋아서가 아니라 그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감당해야 할 고단한 일상보다 조금 더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에 대한 서전 조사 없이 창업했다 실패한 민창기(가명) 씨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아이템 선정의 위험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켜주고 있다.

아이템 선정에서 '성격차이'의 사례 

저자가 소개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공직자는 무조건 목이 좋은데서 장사해야 합니다."

퇴직 후 6개월간 운영하던 음식점을 폐업하고 나서 민씨가 한 말이다. 민 씨는 공무원 출신으로,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 그 후 지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서울 강동구에서 음식점을 창업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민 씨는 창업 후 1년도 못 가서 폐업하고 만다. 민 씨가 창업에 투자한 돈은 보증금 3,000만원, 권리금 2,000만원에 이것저것 시설비며 초도 물품까지 포함해서 대략 1억원 남짓이었다. 민씨는 계산대에 앉아 슬슬 돈만 받으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창업하고 나니 힘든 게 한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직원을 뽑는 일부터 사람 관리, 업무 지시, 청소, 음식준비, 손님 접대까지 밖에서 볼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빵빵 터져 그때마다 무척 애먹었어요.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안 했을 겁니다."

아홉 시에 출근해 여섯 시에 퇴근하고, 정해진 점심시간에 점심 먹고,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며, 시계추처럼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했던 민창기 씨는 애당초 장사꾼 기질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넋두리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처지가 바뀌고 보니 다른 사람을 대접하는 음식점이 얼마나 힘든 줄 알겠더라고요. 내가 밖에서 대접받고 다닐 때는 몰랐어요. 이렇게 힘든 줄. 가게 안에 앉아서 지나가는 손님을 볼 때는 슬픔이 가슴을 찌르더라고요."

민씨는 음식은 '아트'라고 말한다.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야 제대로 굴러가는 종합 사업이라는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자신도 전혀 몰랐다며 창업 사전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소 6개우러 정도는 현장 경험을 해보고 해야 합니다. 나라에서 강제로라도 시켜서 망할 사람은 애초부터 창업하지 못하게 해야 해요. 특히 공무원은 퇴직하고 바로 창업하지 말고 무조건 쉬게 해야 해요."

중년 창업,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저자는 민씨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본인이 하고 싶다는데 못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최소 6개월간 그 업종을 경험해보고 창업하라는 말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랬다고 아무리 잘 아는 업종이라 하더라도 조심 도 조심해야 하는게 중년창업"이라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

"공직자는 목이 좋은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민씨의 말처럼 어쩌면 그는 대로변 코너 자리에 서 창업하지 않아서 실패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만약 민 씨가 권리금 많이 주고 A급 목 좋은 코너 자리에서 창업했으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의 진짜 실패 요인은 자리가 아니다. 본인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아니 착각했던 음식점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실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맹신했던 안일함, 그 일의 다양한 민낯을 속속들이 경험하지 않고 섣불리 내지른 성급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하면 대박날 것이라 믿었던 지나치게 오만한 주관적 판단 오류가 실패의 원인이다"

뜨거운 가슴보다 냉정한 머리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은 성공의 법칙을 3가지로 꼽았다. 지능, 노력, 열정이다. 그러나 이 말은 성공의 개념을 일반화했을 때 얘기다. 

창업의 세계에서는 뜨거운 가슴보다 냉정한 머리가 더 중요하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 일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한 후, 그런데도 그 일이 나에게 맞는다고 판단한다면 그제야 창업 아이템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