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NA 오리가미' 기술 활용한 차세대 암백신 ‘DoriVac’ 개발
- 동물실험에서 도리백(DoriVac)의 종양 억제효과 확인
- 논문,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Nature Nanotechnology' 게재
[위즈뉴스] 최근 암 치료 분야에서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항암제와는 다르게 면역시스템을 강화해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암 백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새로운 암 백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은 2일, 의약소재연구센터 류주희 박사팀이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연구소(DFCI) 및 하버드 비스 연구소(Wyss Institute)와 협력해 'DNA 오리가미' 기술을 활용한 암 백신 ‘도리백(DoriVac)’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DNA 오리가미 기술은 네덜란드 출신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Nadrian Seeman 교수가 1980년대에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주로 나노로봇 바이오센서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도리백(DoriVac, DNA origami-based Vaccine)은 기존의 항원과 면역증강제를 동시 전달하는 암 백신 전략을 확장해 면역증강제인 'CpG'의 공간 배열을 정밀하게 조절한 차세대 암 백신이다.
이번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나노과학 분야의 SCI급 저명 국제 학술지 'Nature Nanotechnology(IF=38.3) 최신호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Fine tuning of CpG spatial distribution with DNA origami for improved cancer vaccination'이며, KIST 류주희 박사와 다나파버 암 연구소(DFCI)의 윌리엄 쉬(William M. Shih)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젱 양(Zeng Yang)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도리백 암 백신은 암 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면역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
KIST 류주희 박사는 "도리백(DoriVac)의 개발은 나노기술과 암 면역 치료 기술이 융합된 중요한 발전이며, 이는 암 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대한 면역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암 백신 개발을 위해 DNA 오리가미 기술로 면역증강제인 CpG를 DNA 나노구조체 표면에 최적의 공간 배열로 배치했다. DNA 오리가미 기술은 DNA 분자를 마치 종이처럼 접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으며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단위에서도 구조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DNA 나노구조체 표면에 CpG 분자들을 2.5~7nm 간격으로 정밀하게 배열했으며, 세포 실험 결과 3.5nm 간격일 때 암 면역 치료 효과가 가장 높았다.
연구팀이 수행한 동물실험에서 도리백(DoriVac)이 주입된 후 피부암이 유도된 5마리의 쥐 중 1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150일까지 생존했지만, 아무것도 주입되지 않은 쥐는 42일째에 모두 사망해 도리백(DoriVac)이 공격적인 피부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예방적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피부암이 형성된 초기 단계의 쥐들에게 3.5nm 간격으로 18개의 CpG 분자가 포함한 도리백(DoriVac)을 투여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해 종양 성장을 크게 억제했다. 이는 면역증강제 양을 증가시키지 않고 정밀한 공간 배열 조정만으로도 암 백신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림설명] DNA 오리가미 기반의 백신 작용 원리
3차원 사각 블록 구조체(흰색 구조물)의 한쪽 면에는 CpG 면역증강제(녹색 리본)가 일정한 간격으로 유도되었고, 다른 쪽 면에는 항원(하늘색)이 도입되어 암 백신으로 개발되었다. 암 백신의 표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유도된 CpG 분자들은 항원제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와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뛰어난 암 백신 효능을 나타낸다.
이번 연구는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KIST-DFCI 현지랩에서 2016년부터 수행된 공동연구의 결과로 KIST가 가지고 있는 항암 치료 전략기술과 다나파버 암 연구소(DFCI)의 DNA 오리가미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글로벌 공동 연구팀은 ‘DoriNano Inc’를 보스턴에서 공동 창업해 도리백(DoriVac)의 상용화를 위한 임상 시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면역관문억제제 등 다른 면역 시스템을 활용하는 암 치료 방법과의 병용을 통해 암 치료 및 재발 방지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과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앞서, 지난 4월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백신총회(WVC)’에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피터 마크스(Peter Marks) 생물의약품평가센터(CBER) 소장은 "현재 활발하게 임상 실험 중인 개인 맞춤형 암 백신 치료의 빠른 개발 및 출시를 위해 선제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