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독성 강한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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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독성 강한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 개발
  • 정 현 기자
  • 승인 2024.04.3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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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연 유영민 박사팀,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 개발
- 다양한 유기용매 분리·정제 공정의 효율 개선 및 에너지 저감 효과 기대
- 논문, SCI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mbrane Science' 게재

[위즈뉴스] 분리막 공정 기술은 그동안 폐수를 정화하거나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등 수 처리 분야에서 특정 물질을 거르는 필터 용도로 많이 활용되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산업에서 유기용매를 이용해 특정 물질만 정밀하게 분리·정제하는 과정에도 분리막을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 이하 '화학연')은 29일, 유영민 박사 연구팀이 폴리벤즈이미다졸(polybenzimidazole, PBI) 소재를 이용한 고성능, 고내구성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폴리벤즈이미다졸은 높은 내열성, 내화학성을 갖는 고분자를 말한다.

유영민 선임연구원(왼쪽)과 신성주 연구원 / 사진=화학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소재로는 내구성 및 분리 성능이 떨어져 적용할 수 없었던 다양한 유기용매 분리 및 정제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실증을 통해 산업계가 가열 방식의 분리 및 정제 시 투입하던 많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분리막 공정 과학기술 분야의 SCI급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멤브레인 사이언스(Journal of Membrane Science, IF=9.5)’ 3월호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olvent-resistant crosslinked polybenzimidazole membrane for use in enhanced molecular separation'이며, 화학연 유영민 박사가 교신저자로, 화학연 신성주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환경오염 최소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

화학연 이영국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유기용매 분리 및 정제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고, 유기용매의 재활용 효율도 높일 수 있는 기술로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환경오염 최소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mbrane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doi.org/10.1016/j.memsci.2024.122463

현재 유기용매는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의약품 합성의 반응 매개체로, 또는 석유로부터 다른 기초화학원료를 생산할 때 반응물을 용해시키는 용도로, 또는 정밀화학 산업에서 고순도 물질이 필요한 실리콘 웨이퍼나 화장품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유기용매 시장은 매년 7.10%의 성장률을 보여, 2029년에 404억 달러 규모가 예상된다. 최종 물질을 생산할 때는 중간에 포함됐던 유기용매를 가열하거나 분리막으로 걸러내게 되는데, 일부는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버려지게 되어 국내 폐 유기용매 발생량은 매년 2백만 톤을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기용매를 효율적으로 분리 및 회수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 중 분리막을 이용한 유기용매 나노여과 방식은 가열 후 분리하는 증류 방식에 비해 에너지가 적게 소모되고, 다양한 유기용매 분리에 적용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다만 물에 비해 유기용매는 화학적으로 분리막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아 개발이 쉽지 않다. 현재 상용화된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 기술로는 후가교 공정을 거쳐 만든 폴리이미드(polyimide, PI) 소재 분리막이 있다. 그런데 PI 분리막은 강산성 또는 강알칼리성 등 극한 환경을 제외한 특정 수소 이온 농도(pH) 범위와 일부 유기용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유기용매를 잘 배출하는 ‘투과도’와 유기용매에 섞여 있는 특정 물질(용질)을 걸러내는 ‘선택도’ 역시 낮은 편이다. 

후가교(Post-crosslinking)란 고분자(큰 덩어리의 분자)로 분리막을 만든 후, 추가적인 화학 반응을 통해 고분자끼리 결합시켜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공정을 말한다.

이에 화학적 내구성이 뛰어난 폴리벤즈이미다졸(polybenzimidazole, PBI) 소재를 이용한 분리막 제조 방법이 제시되었다. 내화학성이 우수한 PBI 소재를 쓰더라도, 다양한 산업에서 자주 쓰이는 극성 비양성자성 유기용매와 같은 강한 유기용매 분리에 활용하고, 그 분리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후가교 공정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PBI 소재로 나노여과 분리막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기술인 후가교 방법을 새로 개발했다. 새로운 가교법은 기존 PBI 소재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의 가교법과 비교할 때 분리막의 기공(구멍)들을 균일하고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유기용매는 잘 배출하고 원하는 용질은 잘 걸러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술폰 (sulfone) 계열 가교제를 사용하여 기존 할라이드 (halide) 계열 가교제를 사용했을 때에 비해 높은 표면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유기용매 분자가 분리막 통과에 필요한 에너지 장벽이 감소해, 기존보다 72% 높은 유기용매 투과도를 얻게 되었다.

한편 결합의 밀도를 세밀하게 조절하여 분리막의 기공 크기를 정하는 측면에서는 기존 할라이드 계열 가교제에 비해 술폰 계열 가교가 더 가교 밀도를 올릴 수 있어, 보다 세밀한 분리를 가능케 했다. 이를 통해 기존과 비교하여 용질의 선택도를 6%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기존의 연구들과는 다르게 가교된 분리막의 화학적 성질과 분리막의 용매 투과도와의 상관관계를 밝힘으로써, 앞으로 지속적인 분리막 성능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기용매 분리막 공정 도입을 통한 각 산업 분야의 에너지 효율 향상 뿐만 아니라, 20% 가량 폐기되는 유기용매의 재활용과도 연결되어 있다. 국가적으로 수입률이 높은 유기용매에 대한 재사용률을 높여 경제성을 높이고, 환경적인 면에서는 독성이 강한 유기용매의 폐기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유기용매 분리 정제용 고성능, 고내구성 나노여과 분리막 모식도 / 자료이미지=화학연

연구팀은 "현재 후속 연구로서 가교된 PBI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에 대한 pilot scale 검증 단계에 있다"며 "앞으로 모듈화 및 시스템 최적화를 거쳐 2026년경 상용화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정밀화학 분야를 비롯한 타 화학 산업 및 바이오매스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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