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구원, 합성섬유 폐기물 재활용 기술 세계 최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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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구원, 합성섬유 폐기물 재활용 기술 세계 최초 개발
  • 정 현 기자
  • 승인 2023.01.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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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합 폐섬유로부터 폴리에스터 섬유만을 화학적으로 선별하고 재활용
- 화학연 연구팀 "탄소중립 실현 및 자원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할 것"
- 논문, SCI급 국제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게재
폐섬유의 화학적 선별 기술 모식도 - 다양한 재질로 구성된 폐섬유나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색소(염료·안료)를 제거하여 폴리에스터(PET) 재질을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 자료이미지=한국화학연구원

[위즈뉴스]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따라 탄소중립 실현과 자원의 순환경제 체계 구축에 대한 노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인 폐합성섬유를 화학적으로 선별하여 플라스틱 원료인 단량체로 전환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18일, 조정모 박사 연구팀이 폐의류 내 염료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하여 재활용 원료를 분리할 수 있는 선별 기술을 개발했으며, 또한 이렇게 선별한 폐합성섬유를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동시에 개발했다고 밝혔다.

단량체란 화학 결합으로 고분자가 될 수 있는 단분자 물질이며 플라스틱 제조 원료로 사용된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자연에 버려지거나 소각되었던 폐의류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형 기술로, 이 기술을 활용하여 유색섬유나 혼방섬유를 합성 이전의 원료로 전환할 수 있어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미국화학회(ACS)에서 발간하는 SCI급 국제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IF=9.224)' 지난해 11월 23일자에 게재됐으며, 창간 10주년을 맞는 지난해 12월호의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

논문명은 'Low-Temperature Glycolysis of Polyethylene Terephthalate'이며 조정모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탄소중립 실현 및 자원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할 것"

연구팀은 "재활용이 어려웠던 유색 혼합 폐플라스틱의 선별 및 탈염료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원료 적용 범위를 폐섬유까지 확대하게 됐다"면서 "친환경 재생 소재 및 지속가능 제품 개발에 활용되어 탄소중립 실현 및 자원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최신호에 게재된 해당 논문

의류산업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반면 글로벌 의류 생산량은 매년 증가 추세이고, 대부분 소각되거나 자연에 버려져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 의류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합성섬유는 플라스틱처럼 잘 썩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섬유산업에서는 폐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석유 기반 합성 소재를 지속 가능 원료로 대체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재활용 원료로부터 생산되는 섬유 대부분(99%)은 투명하고 깨끗한 폐PET병을 원료로 재활용한 것들이다.

섬유 폐기물은 별도 수거 방법 없이 여러 재질이 혼합 폐기되고 있어, 재활용을 위해서는 이를 재질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거나, 원료 비중에 따라 물에 뜨고 가라앉는 것으로 구분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이며, 분류 후 여전히 각종 이물질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물리 또는 화학적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특정 소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저가의 화합물을 활용하여 혼합 폐섬유로부터 폴리에스터(PET) 소재만을 골라내는 ‘화학적 선별 기술’과 분류된 폴리에스터 섬유를 저온 분해하여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동시 개발했다.

폴리에스터는 합성섬유에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로 석유로부터 제조된다.

연구팀은 단순한 화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섬유의 재질을 쉽고 정확하게 구분하는, 매우 경제적이고 획기적인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오직 폴리에스터에만 작용하는 ‘추출제’를 혼합 폐섬유에 접촉하여, 색 변화가 일어나는 폴리에스터 섬유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혼합 폐섬유로부터 먼저 ①색이 있는 섬유만 구분하고, 연구팀이 개발한 추출제를 적용하여 탈색이 일어나는 섬유만을 폴리에스터로 판별하여 분리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염료 폐액을 원래 색이 없었던 섬유에 적용 시 상기 과정과 반대로 염색이 일어나는 섬유만을 폴리에스터로 분리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 방식은 오차율이 매우 낮고, 기존에는 분리가 어려웠던 염료까지 제거가 가능해 고품질 폴리에스터 소재만을 선별할 수 있다. 또한 폐섬유 선별 및 탈염료화 과정에 생분해성 화합물이 사용되고, 사용 후 염료가 포함된 추출제 또한 회수 후 재사용하는 등 경제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선별기술이다.

더불어, 연구팀에서는 유색 폐PET나 폐폴리에스터 섬유를 빠르게 분해하여 고부가 단량체를 제조할 수 있는 저온 글라이콜리시스 반응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200℃ 이상 고온 조건의 폐PET 분해공정과 달리 150℃의 저온 반응에서도 원료의 구조나 형태에 상관없이 2시간 이내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

폐PET의 저온 해중합 기술 모식도 / 자료이미지=한국화학연구원
폐PET의 저온 해중합 기술 모식도 / 자료이미지=한국화학연구원

이를 화학적 선별기술을 연계하면 반응 및 정제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기술 상용화에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학연 이미혜 원장은 “이번 성과는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웠던 저급 유색 폐섬유까지 고품질 단량체 제조를 위한 원료로 적용할 수 있어서,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자원 순환형 재활용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학연은 관련 기술을 ㈜리뉴시스템에 이전하여 해중합 설비 구축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PET 처리 기준 연간 10,000톤 규모의 실증 플랜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본격적인 재생 단량체의 양산 돌입과 함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의 기본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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