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뉴스] 한국 사회운동의 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논문 기획이 발표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은 6일, LGBTQ운동, 노동운동, 페미니즘운동 등 한국 사회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 속에서 앞으로 사회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관해 고찰한 <Korea Journal> 2021년 겨울 특집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Korea Journal>은 1961년 9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창간한 한국학 분야 국내 최초의 영문 학술지이며, 2001년 예술과 인문학 분야의 국제적 인용색인 데이터베이스인 A&HCI(Arts and Humanities Citation Index)에 등재되어 전 세계적으로 원문이 배포되고 있다.
이번 특집호에서는 먼저, 사라 로렌스 대학교 김영란 교수가 'Queer Protest! Solidarity and the Formation of Minority Politics in South Korea(퀴어 운동으로 살펴보는 한국사회의 연대와 소수자 정치의 형성)'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퀴어운동의 주요 역사적 장면들을 포착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노무현 정권의 공약으로 등장했던 차별금지법 입법이 현재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한 채 끝없이 유예되는 지금, 지난 30년 간 퀴어 활동가들이 내세운 새로운 사회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되짚어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퀴어’가 갖는 중요한 역사적 지점들을 분석했다.
이어, 토론토 대학교 이윤경 교수는 'Labor Movements in Neoliberal Korea: Organzing Precarious Workers and Inventing New Repertoires of Contention(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노동운동 :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조직화 전략과 투쟁 방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지난 20여 년 동안 진행된 한국 노동시장의 변화를 개괄하고, 고용 불안, 노동 불안정성,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에 맞서 노동자들이 어떤 조직화 전략과 투쟁 방식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분석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 김진숙 박사는 'The Resurgence and Popularization of Feminism in South Korea: Key Issues and Challenges for Contemporary Feminist Activism(한국 페미니즘의 부활과 대중화 : 현대 페미니즘 운동의 핵심 쟁점과 도전)'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2015년 이후 페미니즘 운동의 재부상과 대중화를 한국 사회의 역사적, 사회 정치적 맥락 속에서 살폈다. 또,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특징과 핵심 의제들을 고찰했다.
이화여대 서명삼 교수는 'Vacillating between the Cold War and the Culture War : The Contemporary Predicament of the Korean Evangelical Right(냉전과 문화전선 사이에서의 줄타기 : 곤경에 빠진 현대 한국사회의 보수 개신교 세력)'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현대 한국 사회에서 보수 개신교인들이 우파 정치에 참여해온 역사를 되짚어 봤다.
2000년대 초부터 이들은 친미-반공주의로 대표되는 냉전 패러다임에 입각해 우파 사회운동의 선봉에 서 왔다. 아울러 이들 개신교 극우 세력은 지난 20여년에 걸쳐 이슬람과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문화전선에까지도 자신들의 운동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처럼 종교와 정치가 만나는 양상과 그 변화에 주목하면서 서명삼 교수는 한국의 보수 개신교 세력이 냉전과 문화전이 교차하면서도 동시에 분절되는 지점 그 어딘가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모습을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독립연구자이자 기후정의활동가인 김선철 박사는 'Go-governance and the Environmental Movement(한국사회의 공동 거버넌스와 환경운동)'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한국의 환경운동이 겪은 변화를 추적했다.
1990년대 초반 환경단체들은 국가와 재벌에 대해 과격한 요구를 하는 등 강력하고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 출현했으나 점차 이들의 정치적 자율성은 약해졌고 활동도 관료화되면서 눈에 띠는 성과도 줄어들었다.
김 박사는 이를 2000년대 초중반 급속히 확장된 ‘거버넌스’ 혹은 ‘협치’라는 새로운 관계 모델의 결과로 파악하면서, 한국에서 사회운동의 자율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약화시킨 한국식 거버넌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했다.
<Korea Journal>측은 "매 호마다 지금 현대 한국 사회에서 살펴봐야 하는 시의적인 주제로 특집을 발간하고 있으며, 2022년에도 매 호 특집 발간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특집호(2021년 겨울호)는 한중연 누리집(www.aks.ac.kr) → 출판·자료 → Korea Journal로 접속하면 원문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