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빠르게 찾는 키트 개발'...기후위기 시대의 '게임체인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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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빠르게 찾는 키트 개발'...기후위기 시대의 '게임체인저' 기대
  • 정 현 기자
  • 승인 2021.09.1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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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 논문, 국제학술지 ‘Green Chemistry’ 7월호 게재

[위즈뉴스]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키트가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13일,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오동엽 선임연구원과 박제영 선임연구원, 신기영 박사후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3일~1주일 안에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미생물 배양 키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와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개발된 키트를 활용하면 향후 플라스틱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제영(좌)·신기영(중)·오동엽(우) 박사가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배양 키트’를 들고 있다 / 사진=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제영(좌)·신기영(중)·오동엽(우) 박사가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배양 키트’를 들고 있다 /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이번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은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그린 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IF=10.182)’ 7월호에 게재됐으며 해당 학술지의 뒷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논문명은 ‘A micro-spray-based high-throughput screening system for bioplastic-degrading microorganisms’이다.

연구책임자 오동엽 박사는 “플라스틱 자연 분해는 미생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정과 유통하고 공급하는 과정 등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어 향후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들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연구실들은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리스트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국가적 자산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분해 미생물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키트가 상용화되면 국내 연구실들이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을 빠르고 쉽게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Green Chemistry' 최신호에 실린 해당 논문
국제학술지 'Green Chemistry' 최신호에 실린 해당 논문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해서 자연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 즉,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 미생물들은 분해 효소를 분비해 플라스틱을 영양분으로 섭취한다.

지구에는 인간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미생물이 90%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어디에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이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진이 석유계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존에 이 미생물들을 찾는 방법은 수년에서 수십년의 시간이 걸렸다. 플라스틱 조각을 흙이나 강, 바다에 놓고 썩을 조짐이 보일 때까지 기다린 다음, 그것을 꺼내 썩은 부분 주위의 미생물들을 채취하고 배양하는 방법이다.

플라스틱은 잘 썩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웠다.

그런데 연구팀이 개발한 이 스크리닝 키트를 사용하면 1주일 안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을 빠르고 간편하게 찾아낼 수 있다. 

스크리닝 키트는 손바닥 크기의 둥근 샬레다.

우선 빈 샬레에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얇은 땅(배지)을 깐다. 그 위에 플라스틱을 녹인 용액을 스프레이로 뿌려 마이크로 사이즈로 코팅한다. 그 다음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강물이나 해수, 흙탕물 등을 뿌리면 이 안의 특정 미생물들이 플라스틱 코팅된 부분을 먹어치운다. 플라스틱이 없어지면 배지만 드러나 이 부분 색깔이 투명해진다. 투명해진 부분에 있는 미생물들을 도구로 조심스럽게 긁어서 채취한다. 

키트 제작 및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추출 과정 / 자료이미지=한국화학연구원
키트 제작 및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추출 과정 / 자료이미지=한국화학연구원

[그림설명]
빈 샬레에 미생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금 등이 포함된 말랑말랑한 젤리 재질의 한천을 깐다. 보통 미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설탕 등이 들어간 영양이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는데, 이 키트에서는 최소한의 생명만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배지의 먹이가 풍부하면 미생물들이 다 잘 자라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는 미생물만 골라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석유계 플라스틱(PS, PET, PE 등), 바이오 플라스틱(PLA, PBS, PBAT, PHA 등) 모두 가능하다

플라스틱 마이크로 스프레이 선별배지 제작과 미생물 분리 과정 / 자료이미지=한국화학연구원

이 모든 과정은 일주일 안에 끝난다.

플라스틱을 작은 크기인 직경 20 마이크로 미만의 사이즈로 코팅했기 때문에 표면적이 넓어 미생물이 빠르게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라스틱을 영양분으로 삼은 미생물이 짙은 농도로 번식하고 생장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추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키트를 통해 연구팀은 플라스틱 필름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하수 처리장 및 토양으로부터 3일 이내에 추출해냈다. 추출한 미생물을 배양한 곳에 1cm x 1cm 면적의 100마이크로 두께 필름을 넣으면 2주 안에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설명] 
발굴 미생물을 단일 배양해 14일간 플라스틱 필름을 분해한 이미지. 움푹 패인 부분은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분해한 것을 보여준다.

향후 연구팀은 이 키트를 활용해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균주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대량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미생물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지 등을 연구해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 기술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화학연구원 주요 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과 시스템산업거점기관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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