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뉴스] 직관력은 노력에 따라 기를 수 있는 걸까.
경영학 박사이자 컨설턴트인 GGL리더십 그룹 정인호 대표는 자신의 책 <화가의 통찰법>에서 서양미술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화가들이 보여준 예술적 사유와 상상력, 창의력의 정수를 오늘날의 비즈니스에 접목시켜 보려고 시도한다.
저자는 70여 점의 작품을 탄생 비화와 함께 소개하면서, 이들 그림에서 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시사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기업의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직관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불평과 불만을 자주 터뜨려라, 메모하고 또 메모하라, 자기 직관의 힘을 믿어라 등 3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달리와 피카소처럼 직관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직관이 가능할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극단적 성격의 소유자만 아니면 누구나 직관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은 직관의 삶 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상 성공적인 결정의 80%는 직관에 의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직관력을 높일 수 있는 3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불평과 불만을 자주 터뜨려라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으라는 뜻이 아니다. 불평과 불만을 통해 자신과 처해진 상황에서 결핍을 찾으란 의미다.
애플의 신화를 이끌었던 스티브 잡스는 매사에 불만이 많았다. 췌장암 투병 중에도 투덜대고 짜증내는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하자 잡스는 그걸 벗어버렸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마스크를 거듭 다시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그의 아내가 다독여서 겨우 마스크를 씌였다고 한다.
이처럼 작은 불만족도 견디지 못하는 태도가 그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이 다음의 실험을 해보았다. 세 그룹으로 나눠서 학생들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기록하게 했다.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슬픔을 느끼거나 분노했고, 몇몇은 별다른 감정변화가 없었다. 그런 다음 정해진 시간 동안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분노의 감정을 느낀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더 많이 냈으며, 틀에 벗어난 독창적인 사고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동적인 감정인 슬픔이나 걱정은 사람을 움츠러들고 조심스럽게 만들지만, 적극적인 감정인 불평과 불만, 본노는 사람을 각성시키고 공격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심리적 상태에서는 주변을 불확실하게 보지 않고 주도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사고의 체계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시야가 넓어져 영역을 넘나드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불평과 불만은 차별화를 가능케 한다. “내가 왜 이것밖에 못하지?”라는 불만은 “나라면 다르게 할 수 있을텐데”라는 식으로 생각이 나아가게 해준다.
편두통 때문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면서도 '달리'는 남과 다른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 불만이 결국 창조역량으로 이어져 두 시간만에 '기억의 연속성'이라는 명작을 그릴 수 있었다.
피터 드러커와 함께 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톰 피터스도 불만의 효과를 알고 이렇게 강조했다.
“혁신의 유일한 원천은 짜증내고 화내는 사람이다.”
불평과 불만이 있는 사람은 익숙한 것에 길들여지지 않는다. 이때의 분노는 결핍을 드러내고 변화를 향한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여기에 나는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다. “불평과 불만 없이 더 이상의 진보는 없다”고.
두번째, 메모하고 또 메모하라
다음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 21세에 처음 특허를 신청한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미국에서만 1093개의 특허품을 냈고, 세계 각국에 1200가지 특허 출원을 했다. 대표 발명품으로 전구, 축음기와 녹음기, 배터리, 시멘트 등이 있다.
그렇다. 바로 토머스 에디슨이다.
그의 발명품은 인류 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에디슨이 이러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직관을 믿었기 때문이다. 고집불통의 발명가였던 그는 연구에 전념하는 동안 2주에 한 번씩 특허를 냈고, 어디든 자신의 두꺼운 메모장을 들고 다녔다. 밥을 먹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길을 걸을 때,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그는 문득 생각이 떠오르면 주저없이 기록했다. 에디슨은 8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때까지 그가 남긴 메모장은 3400권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말할 때 IDEO를 빼놓을 수 없다. ‘모든 디자인은 IDEO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오늘날 혁신의 대명사로 불린다. 애플,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펩시, P&G,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보유한 디자인 회사로서 자연을 제외한 인류의 모든 가공물들이 그들의 디자인 대상이다. 심지어 영화나 조직문화도 디자인한다. 이런 IDEO의 혁신 원동력에는 독특한 브레인스토밍이 있다.
IDEO의 프로젝트 팀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팀 리더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팀은 추상적인 것부터 명확한 것까지 다수의 아이디어를 생산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포스트잇에 적고 팀과 공유한다. 특히 아이디어는 텍스트가 아닌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묘사된다. 다른 사람들이 복잡한 아이디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이 작성한 포스트잇에 적힌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보충한다. 이렇게 하여 수백 개의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IDEO의 팀 모두가 디자이너는 아니다. 인류학, 경영학, 심리학 전문가에 심지어 의사도 있다. 해당 문제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적고 결합하는 차별화된 브레인스토밍 덕분에 직관력이 발휘되고 창의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로 볼 때 유전학적으로 타고나는 창조성이란 것은 없다.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조차 뇌를 검사해봤더니 다른 사람들보다 용량이 조금 작은 것 외에는 특이한 점이 없었다고 한다. 범재들은 천재들이 가만히 있다가 엄청난 영감을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라이너스 폴링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평범한 인물이 비범한 인물로 가기 위한 두 번째 노력은 메모하고 메모해서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것이다.
세번째, 자기 직관의 힘을 믿어라
직관은 잠재의식에서 전달되는 동물적 본능이다. 이것은 합리적 정보에 의존해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보다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의사결정을 전혀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의식적으로 직관을 따르는 경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직관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할 때가 많다고 인정했다.
또 일본 소니의 공동창업자인 이부카 마사루도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항상 정해진 의식을 따른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업상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그는 허브차를 마시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면서 마신 차를 몸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한다. “직관을 믿었죠. 제 직관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제가 정신은 그리 영특하지 않지만 몸 하나는 믿을 만하거든요.”
네덜란드 라드바우 대학의 심리학자인 아프 데익스터 호이스 박사는 “까다로운 선택일수록 그 결정은 직관에 충실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늘날 CEO에게 직관은 왜 이렇게 중요해진 걸까?
현대 경영은 속도전이다. 정보가 매분 매초 쏟아지고 시장상황은 빛의 속도로 달라지는 오늘날, 자신의 직관을 믿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나 의견을 더 얻어보겠다고 기약없이 시간을 끌다가는 천적과 경쟁자들의 맹렬한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예술을 넘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직관의 힘이 주목받는 이유다.
직관은 지혜롭고 명민한 정보 거름망이며, 요긴한 시간 절약기다.
직관은 당신이 길을 가다 발에 걸린 돌 하나도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만들게 해줄 것이다. 당신의 본능적 직관을 믿었을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