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트] 당신을 노련한 '이야기꾼'으로 만드는 6가지 원칙
상태바
[북인사이트] 당신을 노련한 '이야기꾼'으로 만드는 6가지 원칙
  • 이효은 기자
  • 승인 2021.01.26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지음, 한겨레출판 출간
책 '책 한번 써봅시다' 표지
책 '책 한번 써봅시다' 표지

"심청이 아버지는, 잔치가 끝날 때 쯤 와야 한다"

맞다.

만일 심학규 옹이 잔치가 시작할 때 쯤 눈치없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심청전'은 얼마나 맥빠진 작품이 돼 버렸을까.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려면, 이렇게 클라이막스의 시점을 주도면밀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 이건.. 심청이 때나 지금이나 넘나 확고한 글쓰기의 진리다.

장강명 작가가 최근에 펴낸 책 <책 한번 써봅시다>에 나오는 이야기다.

처음 읽는 장강명 작가의 책인데, 작가에 대한 첫인상은 참 '친근하고 친절하고, 지적'이라는 느낌이다.

유명한 작가가, 그것도 '아직 젊은' 작가가 글쓰기, 책쓰기에 대해 무슨 얘길 꺼낼까 많이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마구 밑줄을 긋게 된다.

작가가 대중에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 내용이 최선의 것이 아닐까. 어쩌면 장강명 작가의 이 책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나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된다.

여러 내용 중, 어떻게 하면 노련한 '이야기꾼'이 될 수 있을까? 6가지 원칙, 이 부분이 아주 유익하게 다가 온다. 글을 쓰건, 강연을 하건, 대화를 하건 이 원칙은 매우 유용할 것같다.

1. 자연스럽게 배치한다

클라이막스의 시점이다. 2시간짜리 영화는 1시간 45분쯤이, 400쪽 짜리 소설은 350쪽 부근이 절정일거라 기대한다.

코미디언이 3분짜리 농담을 하면 2분 40초쯤에 웃음이 터진다.

이런 감각은 피부색이나 성별을 뛰어넘어 놀랄 정도로 보편적이다.

뜸을 너무 들이네, 군더더기가 너무 많네, 뒷심이 부족하네, 하는 반응은 이야기의 길이와 배치에 대한 불만에서 온다.

2. 다짜고짜 시작한다

훌륭한 이야기꾼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불쑥 시작한다.

다짜고짜 어떤 장면 한가운데서 시작해도 된다. 알지 못하는 인물의 대사로 포문을 열어도 괜찮다.

3. 먼저 웃지 않는다

상대보다 먼저 웃거나 울면 안된다.

우리가 이야기에서 얻는 즐거움의 상당 부분은 예측 불가능성에서 온다.

심청이 아버지는 잔치가 끝날 때가 돼서야 겨우 나타난다. 기쁨이건 슬픔이건 뭔가를 제대로 터뜨리려면 폭발 직전까지 최대한 꽉꽉 눌러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4. 호흡을 조절한다

유능한 코미디언들은 청중에게 웃음을 터뜨릴 시간을 준다. 무대 예술가들은 이 호흡을 귀신처럼 조절한다.

노련한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의 호흡을 조절해서 절묘하게 서스펜스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5. 강조하고 과장한다

강조할 부분을 강조하고 과장할 대목을 과장하는 것은 소설가의 특권이자 의무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인물의 고통을 강조하고 싶다면 그의 표정을 보여줘라.

줄타기 곡예를 더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방법은 뭘까. 줄의 높이를 높이면 된다. 줄 아래 안전그물 대신 악어떼나 화염이 있다고 하면 독자들은 더 간을 졸일 것이다.

6. 분명하게 전달하라

아무리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청중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면 웃음은 터지지 않는다.

소설의 서술도 그렇다.

무슨 상황을 묘사하는 건지 문장들이 명료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스토리텔링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다.

작가의 개성적인 문체는 재담을 더 맛깔나게 하는 이야기꾼의 몸짓에 비유할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유명 작가에게 이렇게나 '깨알비법'을 전수 받게 되다니, 올해는 나도 글을 더 잘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 보게 된다.

그리고 한마디~

"장강명 작가님, 땡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