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트] '여행의 이유'..."그 시절 '생각을 파는' 소피스트들도 유랑을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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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사이트] '여행의 이유'..."그 시절 '생각을 파는' 소피스트들도 유랑을 해야했다"
  • 정 현 기자
  • 승인 2020.04.28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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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의 이유',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출간

[북인사이트]

@mybookmemo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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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를 했더니, 투표일엔 정작 나갈 일이 없다.

아침부터, 김영하 작가의 산문 <여행의 이유>를 뒤적이고 있다.

그의 여행 이야기는, 단순한 유람이 아닌, 그 이면을 흐르는 어떤 '생각의 유랑'인 듯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중간 어디 쯤에 눈길이 닿는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 방문기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깊은 사유의 세계로 빠져 들게 한다.

참 색다른 여행 이야기다.

끊임없이 어디론가로 움직이는 작가의 삶이란, 특히 전업 작가의 '삶과 일'이란 어떤 류의 것일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생각을 파는' 사람들은 유랑을 했다고 한다.

"리베카 솔닛은 걷기와 방랑벽에 대한 에세이에서,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각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방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고 있다"

작가의 코멘트.

그렇겠지.. 철학자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들, 이를테면 사상은 옥수수 같은 곡물처럼 안정적인 수확을 기대할 수 없으니 한곳에 머물기 어려웠겠지..

"발상은 무게가 없다. 지혜도 그렇다. 기술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런 무형의 자산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에 붙들려 있을 필요가 없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먹고 살기에도 유리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렇군.. 그 시절의 소피스트들도 유랑을 해야 했고, 요즘의 작가들도 '유랑'을 해야 하나 보군.

요즘 해외 석학들의 진단.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달라질 거라고 한다.

당장,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원격교육에, 화상회의에, '언택트'라는 비대면 서비스에.. 세상은 엄청나게 변할 거라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도시로 이끌려나와, 공장이나 회사라는 집단시설에서 '강제로' 일을 해야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면,

뜻밖에 코로나라는 암초를 만나, 인류는 다시 그 이전의 노동 형태로 되돌아가는 건 아닐까.

김영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혹시 우리에게 더 멋진 '일의 자유'가 도래하는 건 아닐까, 조금 섣부른 기대를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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