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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우즈업] 에릭 요한슨과 다나카 타츠야
에릭 요한슨 사진작품 / 사진=예술의전당 전시회

[위즈뉴스] 어릴 때 누구든 한 번은 해보았을 상상을 사진으로 옮긴 이가 있습니다.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작품에 대한 호응이 높아 전시회가 인산인해를 이루었지요. 서늘할 때 가서, 관람 후엔 예당도 거닐다 오자며 6시쯤 도착했건만, 티켓을 가진 대기자만 제 앞으로 300명.

사람이 달을 갈아 끼운다면. 하늘의 구름은 양털이지 않을까. 꿈에서 깨어나기와 악몽. 눈 더미를 기워 만들어가는 겨울 등.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품들의 제작과 리터칭 과정도 함께 보여주어 흥미로웠고. 특히 ‘잠에 빠지다(Falling Asleep)’란 작품의 제작 영상은 인상 깊었어요.

전시관을 나서자마자 ‘헉!’ 빨려 든 굿즈샾에서, 우린 제각각 기념 엽서 한 장씩을 골랐습니다. 소년시절을 바닷가에서 보낸 남편은 할아버지와 배에서 고기 굽는 장면을, 꿈에 대해 생각 많은 작은딸은 어른의 문을 나와 아이의 문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저는 달 갈아 끼우기를.

큰애가 고른 건요, 풍선 한 개를 들고 절벽에서 발을 내딛는 장면이었어요. “왜?”라고 묻자 “머리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으로선 이거 하나 밖엔 믿을 게 없어서, ‘될 거야’라고 믿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맞물려 울림이 컸다”고.

“풍선 하나만 믿고 발을 내디뎌도 떨어지지 않을 거라 믿어버리고 싶은 마음 든 적이 많다”고.

인상은 깊었는데. ‘누구나 했을 법한 상상’이란 바꿔 생각하면 ‘오리지널리티’가 없단 뜻이기도 해. 전반적으론 아쉬움이. ‘부정적 평가를 하게 되더라도 관람은 의미 있다’면서도 딸들은 오는 내내 폰에 코를 박고 ‘다나카 타츠야’의 미니어처 작품을 넘겨보며 ‘독창성’에의 갈증을 달랬습니다.

살아온 날이 많은 저와 남편에게는 지난날의 되새김질이 쉼이 되지만. 살아갈 날이 아득한 딸들에겐 맞이할 날의 새로움, 번득임이 아니면 ‘그닥 마음을 내주지 않는’ 어떤 갭이 있단 걸 느꼈다는 게, 오늘의 페이소스.

박정원  garden1204@wiz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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