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비즈니스의 모든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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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 비즈니스의 모든 비법
  • 이효은 기자
  • 승인 2017.09.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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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로 다이 著 <화교 부자수업>

평범한 회사원 시절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고 거물 화교 사장을 찾아가 2년간 매달린 끝에 제자로 들어간 저자 오시로 다이가 쓴 책 <화교 부자수업>에는 이후 노점상부터 해외무역, 상장기업과의 거래협상까지 매번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며 전수받은 화교 비즈니스의 모든 비법과 자신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과 방법론을 모두 적어놓았는데, 그중 화교들이 일에 실패했을 때 자신과 상대의 체면을 모두 지키는 전략을 소개한다. 

절대로 상대를 책망하지 않는다

화교의 특징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체면이다. 화교는 체면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만약 어떤 일이 실패했다면 상대방의 체면과 자신의 체면을 모두 상처내지 않는 선에서 매듭짓고 넘어가야 뒤탈이 없다. 이때는 자신과 상대를 제외한 제3의 인물을 악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이 거래처와의 협상에 실패했을 때 화교 상사는 어떻게 대처할까? 부하직원이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면 그 일을 지시한 상사 자신의 체면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협상 실패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실패의 책임을 부하직원과 가장 먼 관계에 있는 대상에게 떠넘김으로써 체면이 깎이지 않도록 변명거리를 만들어준다. 이때 화교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취한다.

눈앞의 상대를 책망하지 않고 거시적인 세력을 악인으로 만든다.

1단계: 부하의 변명거리를 만들어준다(문제는 거래처에 있다)
‘실패한 것은 자네 탓이 아니다. 상대 회사의 담당자가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다. 이 일은 담당자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만 성사시킬 수 있는 일이다.’

2단계: 거래처 담당자의 변명거리를 만들어준다(문제는 업계에 있다)
‘담당자의 정보가 부족하다고 그를 탓해선 안된다. 현재 업계 구조상 담당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업계의 주요 단체들이 핵심 정보를 틀어쥐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자신과 상대 모두가 자연스럽게 실패의 책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파간다 전략이다. 프로파간다 전략은 특정 의도를 갖고 여론을 형성해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전략을 말한다.
자신의 무리를 소중히 여기는 화교는 절대 자신의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비판하더라도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업계의 관행이나 시스템 같은 거시적인 세력을 악인으로 만든다.
프로파간다 전략을 사용하려면 폭넓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뚜렷한 식견이 필요하다. 허술하게 변명거리를 만들어봐야 전혀 설득력이 없다. 자신과 자기 무리의 체면을 유지하면서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프로파간다 전략이야말로 상사의 역량을 증명해보여주는 고도의 기술이다.
물론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프로파간다 전략은 임시방편일 뿐 다음번에 확실하게 성공해서 실패를 설욕해야만 자신과 부하직원 모두 체면이 선다. 따라서 화교 상사들은 부하직원이 실패할 경우 먼저 감싸안아준 뒤 첫 실패를 만회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코치하는 것이다.
“거래처 담당자가 정보를 얻지 못하면 다음번에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어. 자네가 먼저 정보를 처리해서 담당자에게 알려주게.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정보를 공유한 다음 담당자가 상사를 설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안을 해보게.”

프로파간다 전략을 잘 사용하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내 사업 분야인 치과업계에도 다음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다. 관련 행정부서가 최신 암 치료법 등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에만 예산을 쏟아붓고 구강 건강을 위해서는 지원과 노력을 소홀히 한다. 구강 건강은 당뇨병이나 뇌경색 등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데 정부는 이런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때 업계의 현 상황을 바탕으로 프로파간다 전략을 이용해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1단계: 프로파간다 전략 이용하기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당뇨나 뇌경색 환자들처럼 필수적으로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할 많은 사람들이 치료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 역시 환자층의 저변을 넓히지 못해서 이익을 늘릴 수 없다. 따라서 의료기기 수요도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제조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단계: 고객에게 새로운 제안하기
‘정부의 홍보와 지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구강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몽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우리 회사는 치과기기를 제조하는 업체로서 이러한 사명이 있다. 치과의사분들과 함께 노력해나가고 싶다. 이를 위해 최근 우리 회사가 제조한 예방적 치과기기를 제안한다. 이 제품은 현재 치과업계의 상황과 환자들의 니즈에 정확히 부합할 것이다.’

이런 제안에는 단순히 자사의 제품홍보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상생이라는 거시적인 목표도 포함되어 있다. 회사의 실질적인 고객인 치과의사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객인 환자들의 니즈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프로파간다 전략을 사용하면 제품 판매라는 1차적인 목적을 뛰어넘어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되는 제안과 개선안을 이끌어낼 수 있다. 프로파간다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갖고 평소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과 여유를 지닌 사람만이 프로파간다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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