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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위기의 본질은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신간 '축적의 길'에서베스트셀러 '축적의 시간'의 대표저자 서울대 이정동 교수, 새로운 '축적 해법' 제시

[위즈뉴스] '개념설계 역량은 어떻게 길러지나'

베스트셀러 ‘축적의 시간’의 대표 저자인 서울공대 이정동 교수가 시행착오를 축적하는 전략을 제시한 신간 ‘축적의 길’을 펴냈다.  

‘축적의 시간’ 두 번째 이야기 : '개념설계 역량,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한국산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제시한 ‘축적의 시간(2015년)’이 문제의 진단이었다면 이 책은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떻게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대안적 방향을 제시한다. 

개념설계는 ‘존재하지 않던 그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 즉 백지 위에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의 핵심적 경쟁력은 바로 제품과 서비스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개념설계 역량에서 나온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은 결국 높은 수익으로 귀결된다. 

2016년 애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물량 기준으로 14.5%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79.2%를 차지한 것은 바로 이동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며느리' vs '쥐며느리' 

그런데 개념설계와 실행에 필요한 역량은 며느리와 쥐며느리만큼이나 다르다. 

개념설계를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개념설계를 받아서 실행하는 역량과는 매우 달라서 시행착오를 꾸준히 축적해 나가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실행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가 관심사이지만 개념설계에서는 ‘왜’ 하는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독창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없다. 그래서 실행 역량을 노우-하우(Know-how)라고 한다면, 개념설계 역량은 노우-와이(Know-why)라고 한다. 

실행의 기준 '효율성' vs 개념설계의 기준 '차별성'

신간 '축적의 길' 표지, 이정동 지음, 지식노마드 출간 / 사진=지식노마드

실행에서는 무엇보다 효율성이 기준이지만 개념설계에서는 차별성이 기준이다. 

시행착오에 대한 관점도 다르다. 이미 그려진 밑그림을 효율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시행착오란 가능하면 피해야 하는 부정적 사건이다. 반면 개념설계를 할 때는 처음 접하는 도전적 과제일수록 시행착오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축적의 전략 : 축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제 한국산업이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은 널리 퍼졌지만 여전히 실행의 프레임에 갇혀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축적의 길을 나서는 우리의 첫걸음은 우리를 눈부신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실행의 관행과 결별하는 쉽지 않은 일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선진 기술을 모방하여 추격하는 단계에서 체화된 사고방식과 관행이,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고 만들어내는 개념설계 역량의 확보에 어떻게 걸림돌이 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5가지 '축적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축적의 전략 1: 축적의 경험을 담는 궁극의 그릇, 고수를 키워라. 

축적의 전략 2: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축적의 전략 3: 개념설계를 담는 그릇, 제조현장을 키워라. 

축적의 전략 4: 고독한 천재는 없다,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축적의 전략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5가지 '축적의 전략'을 부연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략 1. 축적의 경험을 담는 최후의 그릇, 고수를 키워라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은 직접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고, 적용하고, 다시 고쳐보는 경험을 반복해야만 얻을 수 있다. 매뉴얼이나 교과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에 끈적한 지식 형태로 체화되어 있다. 

전략 2.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세계적 소프트웨어 회사 SAP가 2015년 한 해에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추가로 올린 새로운 개념의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SAP HANA'의 아이디어는 한국의 서울공대 교수로부터 나왔다. 

그런데 한국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것보다 그것을 사간 SAP가 6년의 시간을 들여 스케일업 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스케일업이라고 한다. 

6년이란 시행착오의 시간을 버티고, 꾸준히 투자하면서 장기적으로 키워나가는 자세를 우리가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보다 그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완성할 수 있는 스케일업 역량이기 때문이다. 

전략 3. 개념설계를 담는 그릇, 제조현장을 키워라. 

2014년 백악관 비서실에서 발간한 보고서 ‘메이킹 인 아메리카(Making in America)’의 문제의식은 제조현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였다. 그동안 혁신 활동은 미국 내에 남겨두고 제조활동은 개도국, 특히 중국으로 내보내는 소위 오프쇼어링(Off-shoring)모델이 제조활동만 내보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혁신활동도 같이 나가더라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생산 혹은 제조 활동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머릿속에만 있던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가 그 물리적 생명을 얻는 따끈따끈한 모태다.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전통의 산업선진국들이 19세기의 고리타분한 냄새가 나는 제조업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역설적으로 21세기 첨단의 혁신을 담는 그릇이 바로 제조현장이기 때문이다. 

전략 4. 고독한 천재는 없다,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혁신은 조합이다. 

어떤 조합의 재료들이 있는가에 따라 나오는 결과가 다르다. 우리나라보다 200년도 더 뒤진 1455년에 서양 최초 금속활자를 구텐베르크의 성공 이면에는 최소한 3가지의 핵심적인 축적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먼저 활판을 고르게 압착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당시 그가 살던 마인츠는 포도주의 주산지로서 포도 압착기 기술이 세계 최고로 발달해 있었다. 

또, 금속활자를 정밀하고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금속 가공 기술에서, 당시 독일은 최고의 축적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인쇄에 필요한 용지로 당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종이를 원없이 구할 수 있었다. 구텐베르크가 활판인쇄를 해보아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더라도 주변에 이러한 축적된 자산들이 없었다면, 그저 아이디어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이처럼 혁신의 역사를 새롭게 쓴 제품과 서비스는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한 것이라기보다 이웃에 있는 보완적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서 비로소 꽃피울 수 있다. 기술 선진국이란 달리 말하면, 이런 혁신을 위한 보완적 지식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고, 축적된 경험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전략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중국이 최근 산업기술의 측면에서 독자적인 개념설계를 제시하는 경우가 하나 둘 생기면서 혁신공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속철 사업에서 후발주자인 중국이 2015년에 선발국가들을 모두 물리치고 자체모델로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사업을 수주하고, 독자적인 해양플랜트의 개념설계를 제시하고, 발전설비에서도 독자적인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발 개념설계의 비밀은 넓은 내수시장, 즉 공간의 힘으로 시행착오를 빠르게 축적하면서 개념설계 역량을 기르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압축한다는 데 있다. 

이제 우리도 중국을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중국이 가진 장점을 받아들이고 이용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편견 없이 중국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축적된 경험은 배우고, 연결하고, 같이 부대끼면서 실험하는 자세로 가야 한다. 

축적 지향의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4가지 열쇠 

나아가 저자는 축적지향의 조직/사회를 만들어서 한국이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언을 4가지로 압축해서 제시한다. 

고수의 시대(축적의 형태) 
스몰베팅 스케일업 전략(축적의 전략) 
위험공유 사회(축적 지향의 사회시스템) 
축적지향의 리더십(축적 지향의 문화) 

4가지 열쇠의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고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시행착오의 귀한 경험이 결국 ‘사람’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시행착오의 경험을 흉터처럼 몸에 새긴 고수를 키워야 한다. 

둘째, 축적의 전략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스몰베팅 스케일업 전략’을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 틀로 삼아야 한다. 

혁신적 개념설계는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지만, 많은 시도와 지속적인 스케일업 투자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즐겨 사용했던 선택과 집중, 일시적 단기동원과 같은 의사결정 방식을 버려야 한다. 

셋째, 축적을 뒷받침할 사회시스템의 측면에서는 ‘위험공유 사회’가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이야말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공재이고, 따라서 그 위험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같이 나누어 감당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문화의 측면에서는 ‘축적지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의 한국산업처럼 실행지향의 틀이 깊이 각인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시행착오를 품어주고, 장기적 시각으로 축적을 장려하는 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산업사회 구성원 모두의 동시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풍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읽기 쉽게 썼다 

저자는 ‘축적의 시간’에 비해 풍부한 사례를 들어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쉽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의 방향을 통찰하여 ‘개인’에게도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관한 풍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산업 발전의 문제를 진단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축적의 시간’ 발간 이후 1년 6개월간의 연구를 종합해서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에 관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지은이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는 2014년부터 ‘축적의 시간’ 연구프로젝트를 총괄해서 이끌어온 책임자이자 축적의 시간 대표 저자이다. 

정 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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