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서울대 연구팀, RNA 유전자 치료제 개발 새 가능성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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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서울대 연구팀, RNA 유전자 치료제 개발 새 가능성 열었다
  • 정 현 기자
  • 승인 2023.02.2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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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빛내리 단장-노성훈 교수 공동연구팀, 유전자 조절하는 miRNA 생성의 비밀 밝혀
- miRNA 만드는 핵심 단백질 ‘다이서’ 작동 원리 및 구조 첫 규명
- 논문,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Nature' 게재

[위즈뉴스] 국내 연구진이 RNA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23일,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이 마이크로RNA(이하 miRNA) 생성과 RNA 치료제에 중요한 ‘다이서(DICER) 단백질’의 핵심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은 노성훈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지난 20여 년간 베일에 쌓여있던 다이서의 3차원 구조를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김빛내리 단장(왼쪽)과 노성훈 교수 / 사진=IBS

이번 연구는 암을 비롯한 질병들의 원인을 밝히고 RNA 치료제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두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IF=69.504)' 2월 23일(한국시간)자에 동시 게재됐다.

첫번째 논문의 논문명은 'Sequence determinant of small RNA production by DICER(Nature, 2023)'이며, 김빛내리 단장이 교신저자로, 이영윤 연구원과 김해동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두번째 논문의 논문명은 'Structure of the human DICER-pre-miRNA complex in a dicing state(Nature, 2023)'이며, 김빛내리 단장과 노성훈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이영윤 연구원과 이한솔 연구원, 김해동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의 김빛내리 단장은 “miRNA 생성과정을 이해하면 질병의 발병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RNA 간섭 효율을 높여 유전자 치료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이번 결과는 장기간 연속성 있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miRNA 생성과정에 대한 이해를 한층 확장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국제학술지 'Nature' 최신호에 게재된 첫번째 논문

miRNA는 약 22개의 뉴클레오타이드(DNA나 RNA같은 핵산을 이루는 단위체)로 구성된 작은 RNA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메신저RNA(mRNA)와 결합하여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즉, 유전자 발현과정을 조절함으로써 세포의 증식과 분화, 면역 반응, 노화와 질병 등 생명 현상의 모든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발현 조절자다.

인간 몸에는 수백 종의 miRNA(마이크로 RNA)들이 존재하는데, miRNA는 그 재료물질인 기다란 miRNA 전구체가 드로셔(DROSHA) 단백질과 다이서 단백질에 의해 순차적으로 절단되는 독특한 과정을 거쳐 생성된다. 따라서, miRNA 전구체가 어떻게 절단되는지 규명하는 것은 생명현상과 질병에 대해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RNA 연구단은 이미 지난 연구에서 miRNA 생성 효소 중 하나인 드로셔의 기능과 구성을 규명하고(Cell, 2015), 이어 드로셔의 3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히는데 성공해(Cell, 2016)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바 있다.

이번에 연구한 다이서는, 드로셔에 의해 절단된 miRNA 전구체의 말단을 인지하고, 마치 재단사처럼 그 말단으로부터 특정 거리를 자로 재듯 잘라 miRNA를 만든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miRNA 전구체의 말단은 세포 내 다른 단백질들에 의해 손상되기 쉬워, 이를 최적화하여 RNA 치료제에 응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다이서의 숨은 작동 원리를 확인하기 위해 RNA를 이루는 네 가지 염기인 구아닌(Guanine), 우라실(Uracil), 사이토신(Cytosine) 및 아데닌(Adenine)이 무작위로 구성된 miRNA 전구체를 백만 종 넘게 합성했다. 그 다음 이 전구체들을 다이서로 한꺼번에 자르고 정량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대규모 병렬 분석법을 적용해 다이서가 전구체를 절단하는데 필요한 서열을 발견했다. 이렇게 발견한 서열을 ‘GYM 서열’이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은 다이서가 miRNA 전구체의 절단 위치를 결정하는데 GYM 서열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다이서가 드로셔에 의해 만들어진 말단만을 인지하여 절단하는 것이 아닌 miRNA 전구체의 내부 서열을 인지함으로써 스스로 절단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나아가 RNA 치료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 기술에 GYM 서열을 적용하여, GYM 서열이 RNA 간섭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RNA 간섭은 인공적인 miRNA를 활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기술이다. GYM 서열을 이용하면, 세포 내에서 정확한 miRNA를 다량 생산할 수 있어 유전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연구진은 세포 및 거대분자 이미징 핵심지원센터 노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인간 다이서가 miRNA 전구체를 자르는 순간을 포착, 다이서-miRNA 전구체의 3차원 구조를 높은 해상도에서 관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다이서의 활성화 상태 구조와 마이크로RNA 전구체 서열의 중요성 / 자료이미지=IBS

인간 다이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지난 20여 년간 세계 여러 연구진의 노력에도 풀리지 않았으나, 공동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활성화된 상태의 구조를 규명해낸 것이다.

이러한 성공에는 IBS와 서울대의 첨단 초저온전자현미경의 활용이 주요했다. 연구팀은 이 3차원 구조를 통해 다이서가 어떻게 miRNA 전구체를 인지하는 지, 어떤 서열이 다이서와의 결합에 중요한 지를 밝힐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은 더욱 효과적인 RNA 치료제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공동 연구팀은 일부 암 환자들에게서 다이서의 특정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돌연변이가 생기면 miRNA 전구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miRNA 생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발견은 암 발병 기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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