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납 수돗물 먹고 자란 노인, 현저히 낮은 인지능력 경험
- 건강사회학 연구분야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한 새로운 연구방법 제시
- 논문,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 게재
[위즈뉴스] 어린 시절의 납 노출이 뇌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성균관대(총장 신동렬)는 최근 사회학과 이해나 교수 연구가 이끈 국제연구팀이 어린 시절의 납 노출이 노년기 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네소타 주립대학 사회학과 John Robert Warren 교수와 Mark Lee 박사, 노스웨스턴 대학 경제학과 Joseph Ferrie교수와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이해나 교수는 미국국립보건원의 'NIH K99/R00 Pathway to Independence Award'에 선정되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SCI급 저명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IF=14.136)' 지난해 11월 9일자에 게재됐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학자로서는 최초로 이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문명은 'Childhood lead exposure is associated with lower cognitive functioning at older ages'이며, 이해나 교수가 교신저자로, John Robert Warren 교수와 Mark Lee 박사, Joseph Ferrie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납 등의 중금속은 몸에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납이 체내에 축적되면 장기 및 혈액 형성에 손상을 입히지만 무엇보다도 뇌에 손상을 준다.
미국 플린트시에서 발생했던 납 수돗물 사태로 아동의 뇌 발달에 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체내에 축적된 납이 청소년기, 성인기를 거쳐 노년기 뇌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 없다.
납의 노출 경로는 다양하지만 20세기 초반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돗물을 통해 납에 노출되었다. 20세기 초 많은 도시가 수돗물 공급 배관으로 납 파이프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납이 구리보다 내구성과 유연성이 좋아 당시 납 배수관이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납이 수돗물에 오염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조건이 부합되어야 한다. 첫째 수돗물이 공급되는 배관이 납으로 만들어졌어야 하며, 둘째 물이 산성이거나 알카리성이어야 한다.
기존 고령층패널조사에는 노인들의 어릴 적 거주 환경에 대한 정보가 거의 수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릴 적 중금속 노출의 장기적 영향을 알아 볼 수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나 교수는 머신러닝을 사용해 미국고령자패널 (Health and Retirement Study)과 1940 미국 인구총조사를 결합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와 역사적 수도관 자료와 수질자료를 사용해 미국 노인 1,089명 (1926-1940년생)이 자란 도시의 위치 및 납 수돗물 노출의 여부를 파악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납 수돗물을 먹고 자란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현저히 낮은 인지능력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이는 개인의 교육수준, 소득수준, 기저질환(뇌졸증) 등을 통제하고도 나온 결과로, 어린 시절 납 노출이 영속적인 성격 (health-enduring effects)이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전통적으로 개인적인 특성(유전, 소득, 건강수준)을 통해 뇌 질환 및 노화를 규명하고자 하는 기존 연구를 보완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머신러닝을 사회조사와 병합함으로써 건강사회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조사방법론의 융복합적 연구방법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