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사이트]
"흑사병은 무서운 기세로 퍼져 나갔다. 환자와 말을 주고 받은 것만으로도 전염이 되거나 죽음의 원인이 되었다"
김승섭 교수의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 나오는 중세 유럽의 흑사병 이야기다.
위 내용은 그 당시에 씌어진 소설 '데카메론'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떤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던 당시 유럽 사회의 황망함, 두려움, 공포가 짙게 베어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전염병의 원인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라는 게 밝혀진 게 19세기 후반이라니.. 중세시대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쭈욱 인류는 바이러스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나 싶다.
흑사병 같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대해 무지했으니, 당시 유럽인들의 대응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책 내용을 보니, 당시 의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썼던 치료법은 '사혈'이었다고 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의 피를 뽑는 방식이라는데,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그건 소용없다는 걸 알지 않을까 ㅠㅠ
사혈도 소용이 없으니..
유럽인들은 급기야 희생양을 찾아 나섰고, 애꿎은 유대인들이 곳곳에서 학살을 당해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과 하층민들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흑사병에 더 많이 노출되어 더 많이 죽어갔다고 한다.
편견과 무지와 공포와 이기심이 불러 일으킨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든다. 현대라고 하는 오늘날은 그렇지 않은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죽음의 불평등은 세계적으로 대규모 재난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오늘날, 그 재난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그리고 "흑사병 같은 전염병 유행의 경험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조금 더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을 하자"고.
마침, 오늘 아침.. 중국 우한에서 수송해 올 우리나라 국민들을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수용할 거라는 뉴스가 나온다.
이런 조치에 대해, 이런 저런 반발이 있는 모양인데, 뉴스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반대도 좀 적당히 해라.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닐텐데.."
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타인에 대한 배려.. 참 어려운 일인 듯하다.